일반형사 칼럼

형사소송 절차 내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의 증거법적 지위와 하급심 실무 경향 분석

 

제1장 서론: 연구의 목적 및 문제의 제기현행 형사소송 실무, 특히 인적 증거(진술)의 의존도가 절대적인 성범죄 및 실체적 증거가 부족한 사건에서 거짓말탐지기(Polygraph) 검사 결과의 활용 가능성은 언제나 뜨거운 법적 쟁점이다. 일각에서는 거짓말탐지기의 판독 결과를 유·무죄를 가르는 절대적인 척도로 오인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는 실증법적 한계와 대법원의 엄격한 태도를 오해한 데서 비롯된 실무적 오류다. 그렇다고 하여 법원이 하급심 단계에서 검사 결과가 가지는 사실상의 증명력을 완전히 도외시하는 것 또한 아니다. 따라서 본 보고서에서는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의 증거능력에 관한 대법원의 엄격한 요건을 고찰하고, 나아가 하급심(지방법원 및 고등법원) 실무에서 해당 결과를 탄핵증거, 정황증거, 혹은 진술 신빙성 판단의 보조적 근거로 활용하고 있는 구체적 양상을 실증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향후 실무적 대응 전략의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제2장 대법원 판례에 따른 거짓말탐지기 결과의 증거능력 요건우리 대법원은 형사소송 절차에서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가 정식 증거로서 독자적인 증거능력을 취득하기 위해 요구되는 기술적·인적 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 취지에 따르면, 첫째, 검사 장치가 피검사자의 미세한 생리적 반응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고도의 성능과 신뢰성을 담보해야 한다. 둘째, 검사 과정에서 제시된 질문의 내용과 구체적인 검사 방법이 학술적·합리적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셋째, 검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판독하는 주체인 검사자가 피검사자의 생리 반응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판독할 수 있는 전문적인 자질과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이러한 삼대 요건이 사법 절차 내에서 철저하게 입증되지 않는 한, 해당 검사 결과에 대하여 형사소송법상 독립적인 유죄의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다(대법원 1986. 11. 25. 선고 85도2208 판결; 대법원 1984. 3. 13. 선고 84도3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사법 현장에서 단순히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시행했다'는 사실 자체나 단편적인 결과 통보서만으로는 법정에서 강력한 직접증거를 확보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되며, 실무가들은 이러한 원칙론적 한계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제3장 하급심 실무에서의 외연 확장: 탄핵증거 및 보충증거로서의 활용그러나 대법원이 규정하는 증거능력의 엄격성에도 불구하고, 실제 전국 각지의 지방법원 및 고등법원 하급심 실무에서는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를 다른 사정과 결합하여 탄핵증거(진술의 신빙성을 깎아내리는 증거) 또는 정황적 보충증거로 폭넓게 인용하고 있다. 또한, 일선의 수사기관(경찰 및 검찰) 단계에서는 당사자 진술의 대립을 해결하고 혐의 유무를 심증적으로 굳히는 데 있어 생각보다 매우 유력하고 강력한 증거 지표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하에서는 하급심 판결에 나타난 구체적 실무 유형을 세부적으로 분류하여 검토한다.

 
1.피고인의 진실반응과 무죄 선고의 상관관계실무상 피고인의 진실반응은 무죄를 주장하는 변호인 측의 논거를 보강하는 강력한 정황 사정으로 언급된다. 일례로 울산지방법원 2024. 12. 5. 선고 2024고단1728 판결에서는, 공소사실(추행)의 핵심 쟁점에 관한 피고인의 답변이 거짓말탐지기 검사에서 '진실반응'으로 판독되었다는 점이 명시적으로 설시되었다. 재판부는 이러한 진실반응과 더불어 사안의 여러 간접정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피고인에게 추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하였다.다만, 이 경우에도 실무적으로 유의해야 할 점은 '진실반응이 도출되었으므로 기계적으로 무죄'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해당 사건의 재판부가 검사 결과와 유기적으로 연계된 다른 객관적 증거들을 어떻게 가치 평가했는지가 본질이며, 검사 결과는 어디까지나 법원의 전체적인 법관 심증 형성을 돕는 일부 요소로 해석되어야 한다. 이러한 태도는 광주고등법원 전주재판부 2018노26 판결(피고인의 범행 부인 답변에 대한 진실반응을 무죄 판단의 보조 사정으로 활용) 및 서울남부지방법원 2019. 1. 22. 선고 2018노1461 판결(무고죄의 고의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진실반응을 정황 사정으로 참작)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된다.
 
2.피고인의 검사 임하는 자발적 태도의 신빙성 보강 효과일부 하급심 판결은 검사 결과의 기계적 신뢰도와는 별개로, 피고인이 검사에 임한 '행동 양식' 자체에 독자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수원지방법원 2024. 11. 27. 선고 2023노3397 판결이 대표적이다. 해당 재판부는 거짓말탐지기 결과의 엄격한 증거능력 성립 여부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피고인이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매우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검사에 응했다는 태도, 그리고 그 검사에서 진실반응이 나왔다는 사정 자체를 피고인 변소(주장)의 전체적인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정황적 사정으로 판시하였다.여기서 법률 전문가들이 정밀하게 짚어내야 할 실무적 핵심은 법원이 '자발적 검사 태도'와 '기계적 판독 결과'를 분리하여 가치 평가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이는 역으로 피고인이 단순히 검사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유리해진다거나, 거꾸로 피고인이 헌법상 보장된 진술거부권의 연장선에서 검사를 거부했다는 사정만으로 불이익하게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법적 균형감을 시사한다.
 
3.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탄핵 수단으로서의 결과 분석 (거짓, 판단불능, 거부)성범죄 사건과 같이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직접증거인 사안에서, 피해자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결정적 무기가 될 수 있다.첫째, 피해자의 답변이 '거짓반응'으로 판독된 경우이다. 의정부지방법원 2023. 8. 17. 선고 2023고합29 판결에서는 피해자가 범죄 피해 사실에 대해 긍정하는 취지로 진술했음에도 불구하고 거짓말탐지기에서 거짓반응이 도출된 점을 지적하며, 이를 피해자 진술의 전반적인 신빙성을 의심하고 배척하는 주요한 정황 요소 중 하나로 채택하였다. 그러나 이 역시 기계적 한계가 존재하므로, 거짓반응이 나왔다고 하여 피해자의 공소사실 관련 진술 전체를 전면적으로 허위라 단정할 수는 없으며, 당해 진술의 일관성과 타 객관적 증거와의 모순 여부를 병행 심리해야 한다.둘째, '판단불능' 결과의 해석이다. 판단불능은 피검사자의 생리적 동요나 신체적 조건 등으로 인해 진위 여부를 가려내지 못했다는 기술적 취지일 뿐, 그 자체로 거짓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대구지방법원 2022. 9. 29. 선고 2022노1034 판결의 경우처럼, 피고인의 답변은 명확한 '진실반응'인 반면 피해자의 답변은 '판단불능'으로 상이하게 도출된 경우, 법원은 이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면밀히 검증하는 과정에서 상호 비교 분석의 정황으로 언급한다. 이 경우 논리적·상식적 관점에서 진술의 무게추가 진실반응을 얻은 피고인 측으로 기울어지는 경향을 배제할 수 없으나, 이 역시 개별 사건의 독특한 사정들이 결합한 결과이므로 일반화는 금물이다.셋째, 피해자의 '검사 거부' 태도이다. 대구지방법원 2020. 10. 28. 선고 2020노570 판결 및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2. 9. 2. 선고 2021고합419 판결 등에서는 피고인의 진실반응과 대조적으로 피해자가 사법기관의 거짓말탐지기 검사 요청을 명확한 사유 없이 거부한 정황이 피고인의 무죄를 이끌어내는 간접적 참작 사정으로 명시되었다. 다만 검사는 강제력이 없는 임의 절차이므로 거부 행위 자체를 곧바로 허위진술의 확증으로 단정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되며, 판결문 배후에 존재하는 타 정황과의 종합적 결합 관계를 읽어내야 한다.
 

제4장 실무적 결론 및 주의사항대법원 판례(대법원 1984. 2. 14. 선고 83도3146 판결 등)의 확고한 법리에 따를 때, 거짓말탐지기 결과는 설령 엄격한 요건을 갖추어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라 할지라도 변론 전체의 취지와 결합하여 피검사자 진술의 신빙성을 가늠하는 '정황적·보조적 수단'에 머무른다. 즉, 단독으로 범죄사실의 직접적인 성립 여부를 증명하는 핵심 증거의 지위를 가질 수 없다.따라서 법률 실무가가 관련 판례를 검색하고 실제 소송 전략에 인용할 때에는, 대법원의 원칙론적 요건을 선제적으로 검토한 후, 당해 하급심 판결이 검사 결과를 독립된 '증거'로 취급했는지 아니면 '진술 신빙성 배척/보강의 보조적 사정'으로 인용했는지를 엄격히 구별해야 한다. 소개된 많은 하급심 무죄 판례들은 검사 결과의 유리함을 전제로 하고 있으나, 이를 단편적으로 취사선택하여 "진실반응 확보는 곧 무죄 판결"이라는 식으로 사안을 왜곡하거나 의뢰인에게 단정적 언동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반드시 구체적인 판결문 원문과 매칭되는 개별 사실관계 및 적용 법령의 실질적 결합 상태를 전방위적으로 검증하여 활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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