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가 필요한 동행자를 두고 떠난 유기죄, 동행과 보호의무의 차이
함께 걷던 사람이 구조를 필요로 했다고 해서 동행자에게 곧바로 유기죄의 보호의무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일정 거리를 동행했다는 사실만으로 법률상·계약상 보호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 판단을 이해하려면 도움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과 형사상 보호책임의 근거를 구별해야 합니다. 사건에서는 그 사이에 어떤 관계나 약정이 있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 1.동행은 행동을 설명하고 의무는 관계를 설명합니다
- 2.도덕적 보호책임을 그대로 형사책임으로 옮기지 않습니다
- 3.조문을 읽을 때에는 의무의 근거를 남겨 두십시오
- 4.가까이 있었다는 이유로 상태를 알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 5.보호관계가 불분명한 사건의 상담 방향
대법원 76도3419 판결은 동행자가 구조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일정 거리를 함께 이동한 사실만으로는 피고인이 유기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주체는 그 범죄의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을 뜻합니다. 유기죄는 보호할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가 있는 사람을 주체로 정하고 있습니다.
함께 있었다는 말에는 이동이나 시간의 공유라는 사실이 들어 있습니다. 반면 보호의무가 있다는 말은 특정한 사람에게 필요한 부조를 제공할 책임이 있다는 평가입니다. 전자가 확인되었다고 후자가 자동으로 따라오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곤란한 상태였다는 사실은 도움의 필요를 설명하지만 누구의 보호의무인지까지 대신 답해 주지는 못합니다.
이러한 구별은 가까운 사이였는지 여부만으로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친분의 정도가 법률관계나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상담에서 오래 알고 지냈다는 말만 반복하면 실제 의무의 근거가 빠질 수 있습니다. 어느 관계에서 무슨 역할을 맡았는지를 전달해야 법적인 질문이 분명해집니다.

위 판결은 사회상규상 보호책임을 유기죄의 의무로 삼을 수 없다는 취지도 밝힙니다. 사회상규는 사회생활에서 받아들여지는 행동 기준을 가리킵니다. 위험에 빠진 사람을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만으로 조문에 없는 보호의무를 만들어 형사처벌의 범위를 넓힐 수는 없다는 설명입니다.
법률 용어로는 죄형법정주의와 연결되는 문제입니다. 어떤 행위가 처벌되는지 법에서 정한 범위를 지켜야 한다는 뜻이지요. 판례의 부정은 동행자의 행동에 대한 모든 평가가 끝났다는 의미가 아니라 유기죄의 주체를 판단한 결과입니다. 도덕적 비판이 가능한지와 해당 범죄가 성립하는지를 하나로 묶으면 판결의 이유가 흐려집니다.
이 판결을 “함께 간 사람에게는 어떤 책임도 없다”는 문장으로 바꾸어서도 안 됩니다. 판례가 부정한 것은 일정 거리의 동행만으로 보호의무를 인정하는 설명입니다. 별도의 법률관계나 계약상 보호의무가 확인되는 경우까지 모두 부정한 것은 아닙니다. 판결에서 쓰인 ‘동행한 사실만으로’라는 조건이 적용 범위를 정해 줍니다.

기본 유기죄는 형법 제271조 제1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이 법정형을 설명할 때에도 앞서 확인한 보호의무의 조건을 빼서는 안 됩니다. 도움을 주지 않은 모든 행동에 적용되는 처벌 안내처럼 작성하면 주체에 관한 판례의 구별이 사라집니다.
법률상 의무와 계약상 의무는 모두 확인할 대상입니다. 계약상 의무가 반드시 돌봄이라는 명칭의 계약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약속이 있었다는 주장만으로 유기죄의 의무가 당연히 인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약정을 말하는지, 그 약정과 피해자의 보호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 동행 사건에서 나온 표현 | 그 표현이 답하는 질문 |
| 같이 이동했다 | 실제 동행 사실이 있었는지 |
| 구조가 필요했다 | 피해자에게 도움이 필요한 상태였는지 |
| 돌보기로 맡았다 | 계약상 보호의무를 검토할 내용이 있는지 |
| 법률상 관계가 있었다 | 해당 관계에서 보호책임이 발생하는지 |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사실과 위험한 상태를 인식했다는 사실 역시 완전히 같지는 않습니다. 유기죄에서는 보호책임이 발생하는 원인이 된 사실을 알고 그에 따른 부조를 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문제됩니다. 이를 설명하는 대법원 86도225 판결의 취지를 함께 읽으면 주체와 고의에 대한 질문이 서로 구별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보호의무가 있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는데 당시의 인식만 길게 설명해도 주체의 조건이 채워지지는 않습니다. 보호의무가 인정된다고 해서 위험과 방치를 알고 있었는지에 관한 검토가 불필요해지는 것도 아니지요. 관계와 인식은 각각 필요한 사실을 가지고 판단해야 합니다.
당사자가 설명할 때에는 언제부터 함께 있었고 어떤 말을 들었는지, 본인이 직접 본 상태는 무엇인지 밝혀 두는 것이 좋습니다. 사후에 전해 들은 내용을 당시부터 알고 있던 것처럼 섞으면 판단의 시점이 달라집니다. 판례의 상황에 자신을 맞추어 기억을 바꾸기보다 확인되는 경위를 그대로 상담에 가져가십시오.

이런 사건에서 변호사에게 물을 내용은 동행의 길이나 친분에 그치지 않습니다. 해당 관계가 법률상·계약상 의무로 이어지는 근거가 무엇인지, 그 근거가 없다면 주체에 대한 주장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가 설명되어야 합니다. 유사한 보호관계가 문제된 사건을 실제로 수행했는지도 확인할 만합니다.
법률사무소 니케의 형사전문변호사 김민수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의 형사전문 인증을 받았으며 살인사건과 폭행치사 사건을 직접 수행한 경력이 있습니다.
소개된 경력만으로 동행자 유기 사건의 수행 경험을 추정할 수는 없습니다. 상담에서는 본인이 맡았던 역할과 상대방의 상태, 그때의 진술을 제시하고 수사 초기 대응을 어떻게 준비할지 들으십시오. “함께 있었으니 책임이 있다”거나 “계약서가 없으니 끝났다”는 결론에 앞서 관계의 내용을 검토하는 것이 이 판례를 자신의 사건에 정확히 연결하는 방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