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장소에 둔 채 보호하지 않은 행동도 유기죄가 될 수 있을까요?
사람을 다른 장소로 옮기지 않았어도 유기죄의 유기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생존에 필요한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는 형태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같은 공간에 남아 있었다는 위치의 설명과 보호가 실제로 이어졌다는 설명은 구별해야 합니다. 유기라는 말을 장소 이동으로만 이해하면 판례가 말하는 방치의 책임을 놓치게 됩니다.

- 1.유기는 어디에 두었는지만 묻는 말일까요?
- 2.주점 안에 계속 있었던 판례는 무엇을 보여줄까요?
- 3.곁에 남아 있었다면 필요한 보호도 했다고 볼까요?
- 4.행동이 없다는 설명은 무엇을 빠뜨리기 쉬울까요?
유기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호 없는 상태에 두어 그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을 발생시키거나 증가시키는 행위입니다. 여기에는 보호 상태에 대한 평가가 들어 있습니다. 장소의 이동만 있는지 확인하는 용어가 아닙니다. 요부조자라는 말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뜻이지 특정한 공간에 있어야 하는 사람을 뜻하지 않습니다.
유기의 설명은 장소적 이전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협의의 유기는 현재 보호받고 있는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보호 없는 상태로 옮기는 것입니다. 광의의 유기는 종래의 상태에 그대로 두고 떠나거나 생존에 필요한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입니다. 협의와 광의는 각각 좁은 뜻과 넓은 뜻이라는 의미로 읽으면 됩니다.
두 유형은 행위의 모습을 이해하기 위한 구별입니다. 좁은 뜻의 유기만 실제 범죄이고 넓은 뜻의 유기는 단지 비유적인 표현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피해자를 이동시키지 않았다는 사정이 광의의 유기까지 부정하는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해당 사건에서 어떤 보호가 필요했고 그것이 제공되지 않은 경과를 살펴야 합니다.


대법원 2011도12302 판결에서 피해자는 주점에 손님으로 와서 수일 동안 식사를 하지 않고 계속 술을 마시며 만취했습니다. 운영자는 피해자를 주점 내에 그대로 방치했고 저체온증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했습니다. 법원은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가 생기지 않도록 조치할 계약상 부조의무를 인정해 유기치사죄로 판단했습니다.
이 사실관계에서 피해자를 외부로 옮겼다는 설명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대로 방치했다는 표현이 행위의 형태를 알려줍니다. 주점 안이라는 위치가 유지되어도 필요한 보호가 없을 수 있다는 점을 읽어야 합니다. 실내에 있다는 사실을 보호받고 있다는 사실과 같은 뜻으로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실내 방치가 유기라는 결론도 나올 수 없습니다. 보호의무가 있는 사람인지와 피해자에게 부조가 필요한 상태였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공간에 대한 설명만으로 이 두 조건이 채워지지는 않습니다. 판례의 만취와 식사 없는 경과를 일반적인 체류로 줄이지 말고 실제 피해자의 상태를 유지해서 설명해야 하지요.
장소에 관한 진술을 읽을 때에는 다음 구별이 도움이 됩니다.
• 어디에 있었는지: 피해자의 위치와 이동을 설명합니다.
• 어떤 상태였는지: 도움이 필요한 사정을 나타냅니다.
• 어떤 보호가 있었는지: 제공되거나 중단된 조치를 밝힙니다.
• 누가 맡고 있었는지: 보호의무의 주체를 확인할 관계를 보여줍니다.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사실과 생존에 필요한 조치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다릅니다. 광의의 유기에는 떠나는 행동만 아니라 필요한 보호조치를 하지 않는 행동도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떠나지 않았다는 말만으로 실제 보호의 내용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대법원 79도1387 판결에서도 이 구별을 읽을 수 있습니다. 생모는 사망 위험이 예견되는 딸에게 수혈이 최선의 치료방법이라는 의사의 권유를 종교적 신념이나 후유증 염려만으로 완강하게 거부하고 방해했습니다. 판례는 이를 보호가 필요한 사람을 위험한 장소에 두고 떠난 경우와 다름없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이 판례가 직접 설명하는 범위는 생모의 관계, 사망 위험, 의사의 권유, 완강한 거부와 방해가 결합된 사안입니다. 모든 보호자가 의료행위에 질문하는 것까지 같은 판단으로 묶어서는 안 됩니다. 자리에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서 어떤 보호를 막았는지로 설명이 이어져야 해당 판단의 이유가 드러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문장은 실제로 어떤 보호가 필요했고 어느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밝히지 않으면 모호합니다. 필요한 보호의 내용과 당시의 인식, 의무의 근거를 함께 설명해야 합니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평가만으로 모든 미실행을 유기행위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기본 유기죄에 대해서는 형법 제271조 제1항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정하고 있습니다. 그 처벌은 자리를 이동시키지 않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수치가 아닙니다. 법률상·계약상 보호의무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 대한 유기라는 조건을 놓치지 않은 채 읽어야 합니다.
상담에서는 장소의 변화와 보호의 변화를 서로 다른 항목으로 정리하십시오. 이동하지 않았다면 그 사실을 그대로 쓰고, 실제로 어떤 조치를 했는지와 하지 않았는지를 설명하면 됩니다. 자료에 없는 조치를 했다고 보충하거나 판례의 행동을 자신의 기억에 붙이는 방식은 피해야 합니다.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사실의 의미는 실제 보호의 경과를 읽은 뒤 평가할 수 있습니다.
법률사무소 니케의 성범죄전문변호사 김민수 변호사는 살인사건·폭행치사 사건 및 성범죄 사건을 직접 수행해 왔으며 형사전문 인증을 받았습니다.
변호사를 고를 때는 그 명칭 외에 보호조치의 미실행이나 사건 경과가 문제된 유사 사건 경험을 확인하십시오. 소개된 경력에 장소 이동 없는 유기 사건의 수행을 덧붙여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사건의 경위와 자신의 진술, 보호조치를 보여주는 자료를 가져가 수사 초기에 어떤 질문부터 답해야 할지 상담하는 편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