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끊겼다는 말만으로 준강간의 항거불능이 될까요?
사건 뒤 일부 시간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진술은 음주 사건에서 자주 등장합니다. 그러나 판례는 기억의 공백 자체를 준강간의 항거불능과 같게 보지 않습니다. 알코올이 기억 형성만 방해했는지, 당시 의식과 판단·대응 능력까지 잃게 했는지를 나누어야 합니다.

- 1.알코올 블랙아웃의 뜻
- 2.당시 기능을 보여 주는 사실은 무엇일까요?
- 3.기억이 돌아온 뒤의 진술도 구간을 나눕니다
- 4.기억 공백의 시작과 끝을 표시합니다
- 5.행동 기록도 정상 기능을 자동으로 뜻하지 않습니다
- 6.행위자가 볼 수 있었던 사실을 따로 찾습니다
- 7.판례가 판단하지 않은 범위
알코올 블랙아웃은 단기간 폭음으로 혈중알코올농도가 급격히 올라가 일정한 시점에 있었던 사실의 기억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를 말합니다. 사건 당시에는 말하거나 행동했더라도 나중에 그 내용을 떠올리지 못할 수 있습니다. 판례는 이 상태를 알코올의 최면진정작용으로 수면에 빠지는 의식상실과 구별합니다.
기억장애 외에 인지기능이나 의식 상태의 장애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면 블랙아웃만으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을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기억이 없다는 진술을 배척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 진술이 보여 주는 것은 사후 기억 상태이고, 범행 시점의 자기방어 능력은 다른 자료로 더 확인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대화가 질문에 맞게 이어졌는지, 목적지를 스스로 정했는지, 휴대전화를 사용했는지, 이동 중 주변 상황에 반응했는지를 시간대별로 봅니다. 다만 문자 한 통이나 걷는 모습 하나로 정상 상태를 확정해서도 안 됩니다. 자동적으로 하던 행동은 가능했지만 성적 행동을 거부할 판단능력은 현저히 낮아졌을 가능성도 검토해야 합니다.
동석자는 술자리 초반만 보았는지, 문제 된 행위 직전까지 함께 있었는지 구분해 진술해야 합니다. 택시나 건물 CCTV도 촬영 시각이 범행 시점과 얼마나 가까운지 확인합니다. 몇 시간 전 멀쩡해 보였다는 관찰이 이후 상태를 그대로 증명하지는 못합니다.

피해자가 직접 기억하는 부분, 다른 사람에게 듣거나 기록을 통해 나중에 알게 된 부분을 구별하면 진술의 정확성이 높아집니다. 피고인 역시 상대방이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동의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자신의 눈앞에서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설명해야 합니다.
형법 제299조의 법정형 체계에 따라 준강간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준유사강간은 2년 이상의 유기징역, 준강제추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됩니다. 기억 공백만으로 이 처벌 기준을 적용할 수 없고 구성요건이 먼저 확인되어야 합니다.
법률사무소 니케의 형사전문변호사는 ‘기억이 없다’는 결론형 문장보다 기억이 끊긴 지점과 당시 행동을 보여 주는 기록을 시간순으로 맞춥니다.
변호사의 전문 인증과 함께 성범죄를 포함한 유사 형사사건을 누가 직접 수행하는지, 수사 초기에 자료를 어떤 순서로 읽는지 물어보십시오. 대한변호사협회 형사전문 인증을 받은 김민수 변호사는 살인·폭행치사·성범죄 사건을 직접 수행했습니다. 상담에서는 기억의 공백을 과장하거나 깎아내리지 않고 사건 당시 기능을 확인할 자료를 검토합니다.
‘그날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표현 뒤에도 남아 있는 기억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대화, 다음에 기억이 돌아온 장소와 시각, 중간에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장면을 나눠 적으면 공백의 범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휴대전화 기록이나 영상을 본 뒤 알게 된 사실은 직접 기억과 별도로 표시합니다.
이 구분은 피해자의 진술을 의심하기 위한 절차가 아닙니다. 기억 형성 실패와 당시 의식 상태를 혼동하지 않기 위해 필요합니다. 실제 경험했지만 저장되지 않은 정보와 나중에 다른 경로로 알게 된 정보를 섞으면 블랙아웃의 의미를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택시를 탔거나 결제했다는 사실은 당시 행동 가능성을 보여 줍니다. 그러나 그 행동이 스스로 판단해 선택한 것인지, 다른 사람의 안내를 그대로 따른 것인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집니다. 짧은 답변을 했다는 영상도 질문을 이해하고 적절히 반응했는지까지 보여 주지 못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몸을 가누지 못했다는 장면이 있더라도 범행 시점과 시간이 멀다면 그대로 상태를 옮길 수 없습니다. 음주 상태는 시간에 따라 변하므로, 각 기록의 시각을 먼저 확정해야 합니다. 같은 밤이라는 이유만으로 초반과 후반을 한 상태로 묶지 않습니다.

피해자의 실제 상태와 피고인의 인식은 구별됩니다. 피고인이 동석하지 않은 시간의 모습은 나중에 들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범행 당시 고의의 근거로 바로 쓰기 어렵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취기와 무반응을 직접 보았는지, 대화가 끊기는 변화를 인식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피고인의 ‘멀쩡해 보였다’는 말도 구체적인 관찰 사실이 필요합니다. 어떤 질문에 무엇이라고 답했고, 스스로 어디로 이동했으며, 행위 직전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를 적어야 객관자료와 비교할 수 있습니다.

블랙아웃 법리는 기억이 없는 모든 사건을 무죄로 만든다는 뜻이 아닙니다. 의식상실이나 현저한 대응력 저하가 다른 자료로 인정되면 심신상실·항거불능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피해자가 기억한다고 해서 당시 자유롭게 거부할 수 있었다는 뜻도 아닙니다. 기억 여부와 자기방어 능력은 각각 증거로 판단해야 합니다.
기억이 없다는 진술을 둘러싸고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거짓이라고 단정하면 사실 확인에서 멀어집니다. 기억 공백의 존재는 그대로 기록하고, 그 공백이 의식·판단 장애를 동반했는지는 별도 자료로 판단해야 합니다. 피고인도 사후 기억 여부보다 자신이 당시 본 말과 행동을 설명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