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케 뉴스> 미성년자·심신미약자 간음·추행죄, 위계와 위력을 읽는 기준
미성년자나 심신미약자를 상대로 한 성적 행위가 문제 되었다고 해서 언제나 같은 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상 미성년자·심신미약자 간음·추행죄는 상대방의 지위만 보는 조항이 아니라, 행위자가 위계 또는 위력을 사용했는지와 그 수단이 간음·추행에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묻습니다. 거짓말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위계가 되는 것도 아니고, 폭행이 눈에 띄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력을 곧바로 배제할 수도 없습니다.

- 1.보호 대상과 행위 수단을 함께 봅니다
- 2.거짓말이 있었다면 모두 위계일까요?
- 3.거짓 신분과 복합적인 이야기가 결심을 바꾼 사건
- 4.모델 연기 연습이라는 착각도 위계가 되었습니다
- 5.돈을 주겠다는 거짓말도 중요한 동기가 될 수 있습니다
- 6.만남의 장소를 속인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 7.위력은 폭행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 8.폭행·협박의 정도가 크다면 죄명이 달라집니다
- 9.판례의 결론보다 사실의 연결 순서를 봐야 합니다
- 10.첫 조사 전에는 위계와 위력을 섞지 않습니다
- 11.형사전문변호사를 선택할 때 볼 점
형법 제302조는 미성년자 또는 심신미약자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이나 추행을 한 경우를 규정합니다.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입니다. 적용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피해자가 조항이 정한 대상에 해당하는지, 위계나 위력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수단을 통해 간음·추행이 이루어졌는지를 차례로 살펴야 합니다.
위계나 위력은 관계가 불균형하다는 인상만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판단이나 자유의사가 어떤 방식으로 흔들렸고 그 상태가 성적 행위로 이어졌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위계’와 ‘위력’은 모두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수단이지만 모습은 다릅니다. 위계는 오인·착각·부지를 일으키고 그 심적 상태를 이용하는 경우를 가리킵니다. 위력은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힘을 뜻하며, 유형적인 힘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사건 기록에서는 어떤 말과 행동이 있었는지, 피해자가 무엇을 사실로 믿었는지, 그 믿음이나 압박이 성적 행위의 결심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구분해 적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위계에 의한 간음죄에서 위계란 행위자가 간음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피해자에게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고, 그 상태를 이용해 목적을 이루는 것을 말합니다. 위계와 간음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거짓 언동이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오인의 대상은 성행위 자체일 수도 있고, 성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일 수도 있습니다. 성행위와 결부된 금전적·비금전적 대가 역시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거짓말의 내용 가운데 피해자가 성행위를 결심한 중요한 동기를 이룰 만한 사정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그 때문에 피해자의 선택을 자발적이고 진지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라고 평가하기 어려워야 합니다.
이 기준이 필요한 이유는 일상적인 과장이나 주변적 거짓말과 성적 자기결정권을 무너뜨린 기망을 구별하기 위해서입니다. 무엇을 속였는지만 적어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그 말을 어떻게 이해했고, 그 사실을 믿지 않았다면 같은 결정을 했을지, 거짓말과 성적 행위 사이에 끊어지지 않는 연결이 있었는지를 보아야 합니다.

대법원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의 사안에서 피고인은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으로 알게 된 14세 피해자에게 자신을 고등학교 2학년인 ‘갑’이라고 거짓 소개했습니다. 교제하던 중 자신을 스토킹하는 여성을 떼어내려면 자신의 선배와 성관계를 해야 한다고 말했고, 피해자는 피고인과 헤어지는 것이 두려워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피고인은 이후 마치 ‘갑’의 선배인 것처럼 행세해 피해자를 간음했습니다.
법원은 피해자가 오인한 상황이 성행위를 결심하게 된 중요한 동기가 되었다고 보았습니다. 그 선택을 자발적이고 진지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라고 평가하기 어렵고, 피고인이 만든 오인·착각·부지를 이용해 간음한 것이므로 위계에 의한 간음으로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을 “온라인에서 나이를 속이면 언제나 위계”라고 넓혀 읽어서는 안 됩니다. 거짓 나이, 교제 관계, 스토킹 여성에 관한 이야기, 가상의 선배 행세가 이어져 피해자의 중요한 동기를 만들었다는 구체적인 구조가 있었습니다. 판례가 확인한 것은 단독 거짓말의 존재보다 그 거짓말이 피해자의 결정을 형성한 방식입니다.
위계를 판단할 때에는 메시지 한 문장을 떼어 보는 대신, 처음 신분을 소개한 때부터 성적 행위가 제안되고 실행되기까지 대화의 순서를 복원해야 합니다.
대법원 2021도9041 판결에서는 피고인이 연예기획사 매니저와 사진작가의 1인 2역을 하면서 청소년인 피해자에게 거짓말했습니다. 피해자는 모델이 되기 위한 연기 연습의 일환으로 성관계를 하는 것이라고 착각했고, 피고인은 그 상태를 이용해 간음했습니다.
법원은 이를 간음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 또는 간음행위와 결부된 비금전적 대가에 관한 위계로 보았습니다. 모델 활동이라는 기대와 연기 연습이라는 설명이 성적 행위의 중요한 동기가 된 것입니다. 같은 과정에서 카메라로 피해자의 나체를 촬영한 부분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에서도 직업을 거짓말했다는 사실만으로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닙니다. 피해자가 어떤 목적의 행위라고 믿었는지, 그 믿음이 실제 성적 행위의 선택과 얼마나 밀접했는지가 핵심입니다. 채팅 내용, 계정 사용 방식, 역할을 바꾸어 대화한 흔적, 촬영에 관한 설명이 사건의 흐름을 보여 줄 수 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위계의 범위를 새롭게 정리한 논리에 따르면, 청소년에게 성교의 대가로 돈을 주겠다고 거짓말하고 이를 믿어 성교한 2001도5074 사안도 위계에 해당합니다. 금전적 대가에 관한 거짓말이 성적 행위와 결부되어 피해자의 결심을 만든 경우입니다.
과거처럼 오인의 대상을 성행위 자체로만 좁게 보지 않고, 성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나 결부된 대가까지 살핀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금전 이야기가 나온 모든 사건이 같은 결론에 이르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어떤 약속을 했는지, 피해자가 그 약속을 중요한 조건으로 받아들였는지, 약속이 처음부터 거짓이었는지에 관한 자료가 필요합니다.

반대 사례도 있습니다. 대법원 2002도2029 판결은 피해자를 여관으로 유인하기 위해 남자를 소개해 주겠다고 거짓말해 피해자가 여관에 오게 되었고 그곳에서 성관계를 한 사안을 다뤘습니다. 전원합의체의 넓어진 논리에 따르더라도, 이 거짓말은 성관계에 이르게 한 중요한 동기나 성행위와 결부된 대가로 평가되지 않아 위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2014도8423 판결도 성교 등의 목적을 가지고 피해자를 유인해 피고인의 집으로 오게 했더라도, 집에 온 것과 성교행위 사이에 불가분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위계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거짓말이 만남이나 장소 이동을 만들었다는 사실과, 그 거짓말 때문에 성적 행위를 결정했다는 판단은 다릅니다.
위계의 인과관계는 ‘거짓말이 없었다면 만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그 거짓말이 성적 행위의 중요한 결심을 형성했는지까지 이어져야 합니다.
위력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힘을 말합니다. 유형적 힘인지 무형적 힘인지 묻지 않으며, 폭행·협박 외에도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경우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다만 지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위력이 자동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관계에서 어떤 힘이 작용했고 상대방이 의사를 자유롭게 결정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는지 살펴야 합니다.
대법원 2019도3341 판결은 피해자가 사전에 성매매에 동의했더라도 그 동의를 번복할 자유가 있고, 예상하지 않았던 성적 접촉이나 행위를 거부할 자유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필로폰을 제공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빠뜨린 뒤 예상하지 않은 방식의 성적 행위를 한 사안에서, 위력으로 추행한 경우에 해당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전의 성매매 합의만으로 이후 모든 행위에 동의했다고 볼 수 없다는 뜻입니다.
미성년자나 심신미약자를 상대로 했더라도 강간죄나 강제추행죄에서 요구하는 정도의 폭행·협박을 사용했다면 강간죄 또는 강제추행죄가 성립합니다. 대법원 65도445 판결이 밝힌 관계입니다. 제302조의 위계·위력 범죄와 강간·강제추행죄를 나란히 적은 뒤 임의로 고르는 문제가 아닙니다. 실제 사용된 수단의 내용과 정도에 따라 적용 조항이 정해집니다.
수사 초기에는 ‘강제로 했다’거나 ‘합의했다’는 결론적 표현만 반복하기보다 구체적인 말과 행동을 시간순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신분을 어떻게 소개했는지, 성적 행위를 제안하며 어떤 조건을 말했는지, 상대방이 무엇을 믿고 있었는지, 거부 의사를 표시했을 때 어떤 반응이 있었는지가 중요합니다. 온라인 대화 원본, 통화기록, 계정 정보, 이동 동선과 촬영 자료가 있다면 훼손하지 않고 보존해야 합니다.
같은 거짓말이라도 판례의 결론이 갈린 이유는 거짓의 크기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재판부는 그 말이 성적 행위를 선택하게 만든 중요한 동기였는지, 피해자가 무엇을 사실로 믿었는지, 그 오인이 행위 시점까지 이어졌는지를 따졌습니다. 따라서 사건을 검토할 때에는 '속였다'는 한 문장으로 압축하지 말고, 처음 한 말과 이후 덧붙인 설명, 상대방의 반응, 성적 행위를 받아들이게 된 직접적인 이유를 차례로 놓아야 합니다.
여관이나 집으로 오게 만든 거짓말이 곧바로 위계간음으로 인정되지 않은 판결은 장소로 이동한 이유와 성관계를 결정한 이유를 나누어 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반대로 가상의 인물과 이별 가능성을 이용한 사건에서는 잘못 믿게 한 사정이 성관계의 중요한 동기와 직접 이어졌습니다. 장소에 도착하게 한 원인만 입증되어서는 부족하고, 바로 그 오인이 간음이나 추행을 선택하게 한 원인이었는지를 밝혀야 합니다.
이 구별은 판례를 다른 사건에 적용할 때도 필요합니다. 특정 판결이 모든 신분 사칭이나 모든 금전 약속을 곧바로 위계라고 선언한 것은 아닙니다. 확인된 말의 내용과 상대방이 받아들인 의미, 약속이 성적 행위와 결부된 방식이 달라지면 판단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록을 모을 때에는 유리해 보이는 한두 문장만 떼기보다 앞뒤 대화가 이어진 원본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위계가 쟁점이면 오인·착각·부지의 내용과 중요한 동기, 인과관계를 중심으로 진술을 준비합니다. 위력이라면 관계의 힘, 피해자의 상태, 거부나 번복 가능성이 실제로 제압되었는지를 살핍니다. 강한 폭행·협박이 있었다는 주장이 함께 나오면 강간·강제추행죄와의 관계도 따로 검토해야 합니다.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해 설명을 맞추거나 오해를 풀려는 행동은 회유나 압박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미 남아 있는 대화와 자료를 보존하고, 기억나는 사실과 기록으로 확인되는 사실을 나누어 상담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 범죄는 ‘거짓말’이나 ‘영향력’이라는 일상어를 법적 위계·위력과 구별해야 합니다. 변호사를 고를 때에는 전문 명칭만 확인하지 말고 유사한 성범죄 사건을 실제 직접 수행했는지, 첫 경찰조사 전 대화 기록과 진술을 어떤 방식으로 맞춰 보는지 질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법률사무소 니케는 대한변호사협회 형사전문 인증을 받은 김민수 변호사가 사건의 경위, 진술과 남아 있는 자료를 검토해 수사 초기의 쟁점을 안내합니다.
김민수 변호사는 실제 살인사건과 폭행치사 사건, 성범죄 사건을 직접 수행한 경험이 있습니다. 다만 개별 사건의 결과를 미리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위계나 위력의 의미가 문제 되었다면 대화의 시작부터 성적 행위 전후까지 원본 자료를 준비해 구체적인 상담을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