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장치만 확인하면 비밀침해죄가 확정될까요?
어떤 조건이 없으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으면, 그 조건만 있으면 곧바로 성립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비밀침해죄의 비밀장치 기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없을 때의 결론’과 ‘그것만 있을 때의 결론’은 다릅니다. 이번 글에서는 판례의 문장을 뒤집어 읽지 않고, 하나의 조건을 확인한 뒤에도 어떤 질문이 남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1.없어서는 안 된다는 말과 그것만 있으면 된다는 말은 같을까요?
- 2.기록의 존재까지 함께 확인한 것일까요?
- 3.한 가지 사실을 여러 질문의 답으로 쓰고 있지는 않을까요?
- 4.결론에 이르기 전 질문을 남기는 상담
두 말은 다릅니다. 대법원 2021도8900 판결은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에 해당하더라도 봉함 기타 비밀장치가 없는 것을 기술적 수단으로 알아냈다면 전자기록등내용탐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이 문장은 비밀장치가 없는 기록에 관한 결론을 제시합니다. 장치가 있으면 나머지 사실을 보지 않아도 무조건 성립한다고 말하는 문장이 아닙니다.
쉬운 말로 풀면 어떤 조건의 빈자리를 다른 사정으로 메울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기술적 수단을 사용했다는 사실도 장치 없는 기록에 관한 그 결론을 바꾸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장치가 있다는 한 사정이 다른 모든 질문을 없애 주는 것은 아닙니다. 각각의 조건이 맡은 역할을 그대로 읽어야 합니다. 부정형으로 적힌 문장을 기계적으로 긍정형으로 바꾸면 의미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것은 복잡한 논리 용어를 외워야 이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 사실이 확인되면 어떤 질문에 답한 것인가’를 물으면 됩니다. 장치에 관한 사실을 확인했다면 우선 보호 상태에 관한 설명이 구체화된 것입니다. 어떤 기록을 두고 이야기하는지, 실제 내용을 알아낸 경위가 무엇인지까지 그 사실 하나로 모두 확인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판례는 피해자의 노트북 컴퓨터에 전자방식으로 저장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으로 보았습니다.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은 일정한 저장매체에 전자방식이나 자기방식, 광기술 또는 이에 준하는 방식으로 저장된 기록을 말합니다. 기록의 성격에 관한 이 설명은 보호 상태와 별도의 역할을 갖습니다. 장치가 있다는 말만으로 저장된 기록의 내용과 형태가 자동으로 밝혀지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기록의 성격을 인정했다고 장치에 관한 질문이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두 질문을 어느 방향으로 연결해도 서로 대신할 수 없다는 점은 같습니다. 무엇이 저장되어 있었는지와 그 기록이 어떤 상태로 보호되었는지를 각각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실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은 단계에서 한쪽 결론을 다른 쪽 결론의 근거처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사람이 그 정보를 알고 있다는 설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알고 있는 내용에 관한 사실과 그 내용을 알아낸 행위에 관한 사실을 나누어야 합니다. 장치가 있는 기록과 같은 내용이 알려졌다고 말하더라도, 실제 어떤 경위로 알려졌는지에 관한 질문은 남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연결을 상상해서 완성하는 대신 무엇을 아직 모르는지 밝혀야 합니다.

상담 전에 자신의 설명을 읽으며 문장마다 무엇을 확인하는지 표시해 볼 수 있습니다. 같은 사실이 기록의 존재, 보호 상태, 행동의 경위에 모두 답하는 것처럼 쓰여 있다면 실제 자료가 그만큼의 내용을 담고 있는지 돌아보십시오. 하나의 자료가 여러 내용을 보여 줄 수는 있습니다. 다만 그렇다는 확인 없이 역할을 늘려서는 안 됩니다.
다음 세 질문을 따로 남겨 두면 설명을 점검하기 쉽습니다.
• 어떤 저장된 기록을 문제 삼고 있는가.
• 그 기록의 비밀장치에 관해 실제 확인한 것은 무엇인가.
• 내용을 알게 된 방법과 경위는 무엇으로 설명되는가.
각 질문에 답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이유로 당장 어느 한쪽 결론을 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확인되지 않았다는 현재 상태를 설명하면 됩니다. 어떤 조건이 없었다는 결론과 그 조건에 관한 자료를 아직 읽지 못했다는 상황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상담에서는 그 차이를 밝히고 남은 질문을 구체화할 수 있습니다.
판례의 문장을 사건 설명에 넣을 때도 같은 태도가 필요합니다. ‘장치가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다’는 문장을 인용한 다음 자신의 사건에 장치가 있었다는 사실만 붙이면 성립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문장이 말하지 않은 다른 사실을 별도로 살펴야 합니다. 판례의 전제를 자신의 사실에 맞추어 읽는 일과 결론을 거꾸로 만드는 일은 구별되어야 합니다.
어떤 조건을 인정한다는 말이 사건의 전체 설명에 동의한다는 뜻인지도 구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록의 보호 상태는 인정하지만 내용을 알아낸 경위는 다르게 알고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무엇을 인정하고 무엇이 다르다는 것인지 각각 말하면 됩니다. 한 조건에 관한 답을 사건 전체에 대한 찬반으로 바꾸면 실제 다툼이 가려집니다. 답이 같은 항목과 다른 항목을 나누어 두는 편이 논의를 구체적으로 만듭니다.

형법 제316조에 따른 비밀침해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며 제2항 내용탐지에도 같은 범위가 적용됩니다. 처벌 범위를 알고 있어도 한 조건만 확인한 상태에서 개별 사건의 결론을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기록과 보호 상태, 실제 경위를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변호사 선택에서도 명칭 하나로 판단을 끝내기보다 전문 인증과 유사한 사건의 직접 수행 경험을 함께 살펴보십시오. 수사 초기에 어떤 질문으로 진술과 자료를 정리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민수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의 형사전문 인증을 받았으며 살인사건·폭행치사 사건 및 성범죄 사건을 직접 수행한 경험이 있습니다. 자신의 사건에 관한 설명을 구체적으로 들어보는 상담을 권합니다.
법률사무소 니케의 성범죄전문변호사와 비밀침해 사건을 상담하며 이미 답한 조건 다음에 어떤 사실을 더 논의해야 할지 짚어볼 수 있습니다.
어느 한 사실이 걱정스럽거나 유리하게 느껴지더라도 그 사실이 무엇까지 말해 주는지 먼저 들려주십시오. 결론을 미리 완성한 설명보다 확인된 사실과 남은 질문을 함께 제시하는 상담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경위와 관련 자료를 놓고 그 범위를 차근차근 살펴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