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침해죄의 전자기록과 저장매체를 함께 읽는 기준
‘전자기록’이라고 하면 길게 작성한 문서나 정교한 데이터만 떠올리는 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보가 얼마나 길고 복잡한지는 저장된 기록이라는 말의 뜻과 다른 문제입니다. 비밀침해죄에서 전자기록을 이해하려면 우선 내용과 저장 형태를 나누어 보아야 합니다. 누군가 알고 있는 정보라는 설명만으로는 어떤 기록이 문제 되는지 드러나지 않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기록의 존재를 확인하는 첫 질문에 집중하겠습니다.

- 1.저장된 기록이라는 말의 세 부분
- 2.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기록으로 본 이유는 무엇일까요?
- 3.기록에 해당한다는 판단 뒤에 남는 문제
- 4.기록의 존재부터 이야기하는 상담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은 일정한 저장매체에 전자방식이나 자기방식, 광기술 또는 이에 준하는 방식으로 저장된 기록을 뜻합니다. 이 설명에는 저장매체, 저장 방식, 저장된 기록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어느 기기가 등장했다는 이야기만으로 셋을 모두 확인한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기록의 내용만 길게 설명해도 그것이 어떤 매체에 저장되어 있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습니다.
매체는 기록이 저장된 곳에 관한 설명이고, 기록은 그곳에 저장된 내용에 관한 설명입니다. 따라서 매체의 이름과 기록의 이름을 서로 대신 쓰지 않는 편이 이해하기 쉽습니다. ‘노트북이 있었다’와 ‘그 노트북에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전자방식으로 저장되어 있었다’는 설명의 구체성이 다릅니다. 두 번째 설명에는 무엇이 어떤 형태로 존재했는지가 담겨 있습니다. 사건의 대상을 밝히는 데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렇다고 상담 전에 저장매체의 내부 구조까지 공부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확인한 사실을 설명하면 됩니다. 기록을 직접 확인한 것인지, 다른 사람에게 그 존재를 들은 것인지, 지금도 확인되는 자료가 무엇인지부터 차분히 정리할 수 있습니다. 모르는 저장 방식을 임의의 기술 이름으로 채우면 실제 사실보다 설명이 앞서갈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21도8900 판결에서 피해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는 피해자의 노트북 컴퓨터에 전자방식으로 저장된 기록으로 설명됩니다. 법원은 이를 형법 제316조 제2항의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아이디라는 용도나 비밀번호라는 명칭 때문에 기록의 범위에서 제외한 것이 아닙니다. 확인된 저장 상태를 법률 용어에 연결한 판단입니다.
이 대목을 읽을 때는 판례에 없는 저장 프로그램이나 파일 형식을 덧붙이지 않아야 합니다. 해당 판단을 이해하는 데 그런 상상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연결은 ‘노트북에 전자방식으로 저장된 아이디와 비밀번호’와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 사이에 있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했는지까지 확인된 것처럼 설명하면 판례가 실제로 말한 범위를 넘어섭니다.
짧은 문자열도 저장된 기록이 될 수 있다는 이해와, 특정한 문자열이 이 사건에서 실제 저장되어 있었다는 사실 확인은 구별됩니다. 법률 용어의 범위를 알았다고 자신의 사건에서 기록의 존재까지 확인한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자료가 어느 부분을 보여 주는지 다시 읽어야 합니다. 정보의 길이로 결론을 정하지 않는다는 점과 저장 사실을 생략해도 된다는 말은 전혀 다릅니다.

같은 판례는 전자기록 등에 해당하더라도 봉함 기타 비밀장치가 없는 것을 기술적 수단으로 알아냈다면 전자기록등내용탐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기록의 존재를 인정한 뒤에도 보호 상태에 관한 질문이 따로 남는 것입니다. 기록성은 검토의 출발점이지 모든 요건의 결론을 한꺼번에 대신하는 말이 아닙니다.
이 순서를 놓치면 두 방향으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컴퓨터에 저장되었다는 이유로 곧바로 범죄라고 말하거나, 해당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설명을 보고 애초 기록이 아니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기록인지와 보호 상태가 어떠했는지는 다른 질문이므로 결론도 각각 읽어야 합니다. 하나의 판단을 다른 판단의 답으로 옮기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아래 항목을 모두 같은 자료로 설명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자신이 가진 자료가 어느 항목에 답하는지를 알아보는 용도입니다. 기록을 보여 주는 자료가 있더라도 보호 상태까지 보여 주는지는 따로 살펴야 합니다. 확인되지 않은 칸을 추정으로 채우기보다 빈칸으로 남겨 상담에서 질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정의에 전자방식 외에도 자기방식과 광기술 등이 함께 적혀 있다는 점도 읽어 둘 만합니다. 기록을 한 가지 외형으로만 상상하지 않도록 하는 설명입니다. 다만 방식의 범주를 안다는 것과 실제 사건의 저장 방식을 확인했다는 것은 구별됩니다. 정의에 나온 용어를 자신의 자료에 붙일 때에도 그 연결을 설명할 사실이 있어야 합니다. 매체의 외형만 보고 내부의 저장 상태까지 안다고 말하지 않는 편이 정확합니다.
| 정리할 말 | 그 말로 설명하는 사실 |
| 정보의 내용 | 어떤 아이디나 비밀번호가 문제인지 |
| 저장매체 | 그 기록이 어디에 저장되어 있었는지 |
| 저장 방식 | 전자방식 등으로 저장된 기록인지 |
| 보호 상태 | 기록의 존재와 별도로 살펴야 할 부분 |

형법 제316조의 비밀침해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며 제2항에도 같은 범위가 적용됩니다. 처벌 수치만 보고 사건의 결론을 미리 정하기보다, 그 규정이 다루는 기록이 실제로 무엇인지부터 짚어야 합니다.
변호사를 선택할 때는 형사전문 인증의 유무와 함께 비슷한 형사사건을 직접 맡아 본 경험, 수사 초기에 사실과 자료를 읽는 방식을 물어볼 수 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인증한 형사전문 자격은 김민수 변호사의 확인된 이력입니다. 상담을 맡길 때에는 인증에 관한 확인과 함께 실제로 비슷한 사건에서 맡았던 역할을 물어볼 수 있습니다.
법률사무소 니케의 성범죄전문변호사와 상담할 때에는 무엇이 어떤 형태로 저장되어 있었다는 것인지부터 들려주십시오.
상담에는 자신이 본 기록이 무엇이었는지, 어느 매체에 있었다고 알고 있는지,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를 들려주십시오. 법률 용어로 완성한 답변보다 확인된 사실이 담긴 설명이 출발점이 됩니다. 기록인지부터 차례로 풀면 뒤에 남은 쟁점도 더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